10월 9일은 한글날입니다. 더군다나 이번 한글날은 무려 훈민정음 반포 570년이 되는 날이래요(대박). 늘 빨간날이라는 것 외엔 크게 의미를 생각해본적이 없었는데, 늘 연휴냐 아니냐 따져볼 줄만 알았지 그 의미엔 대해선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네요. 2011년에 방영된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는 세종과 그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로 한글 창제가 어떤 의미인지 작가의 상상력을 보태 잘 보여주고 있어요. 한글날을 맞이하여, 경건한 마음으로 ‘뿌리깊은 나무’를 복습해 보았습니다.

hangeul

육룡이 나르샤 >> 뿌리깊은 나무

한글창제에 관해서 이야기 하기 전에 잠깐. 올해 상반기에 종영한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와 ‘뿌리깊은 나무’는 프리퀄 관계입니다. 방영 순서와는 반대로 육룡이 뿌나보다 시대적 순서가 앞이죠. ‘육룡이 나르샤’가 기존의 세상(고려)를 부수고 정도전과 이성계, 그리고 이방원이 새로운 세상(조선)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면, ‘뿌리깊은 나무’에서는 그 새로운 세상에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고 할 수 있으려나요.

we59537337_w248

사실 간만에 ‘뿌리깊은 나무’를 다시 보면서 방영 순서도 시대적 순서대로 였다면 정도전이 설계한 조선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확인해 보는 재미가 쏠쏠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굳이 이렇게 한글에 대한 이야기에 정도전을 나오는 이유는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그려내고 있는 한글 창제에 반대하는 이들의 이유가 정도전이 만들어낸 조선의 시스템에 있기 때문입니다.

 

글자 = 권력 혹은 생존

‘뿌리깊은 나무’에서 세종의 한글 창제를 막으려는 가장 큰 반대 세력은 ‘밀본’이라는 비밀 세력입니다. 극 중에서는 정도전이 만든 조직으로 정도전의 조카인 정기준이 이끌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세종이 하려는 일 자체를 방해하려던 것이었지만, 세종의 하려는 일이 바로 글자를 만들어 모든 백성들이 글을 읽을 수 있게 하는 것인걸 알고 필사적으로 훈민정음 반포를 막으려하죠.

글을 읽을 수 있어서 과거 시험을 쳐서 선발된 관료들이 임금을 견제하는 것이 바로 조선이니까요. 극중 정기준은 모든 백성들이 글을 알게 된다면 임금을 견제한다는 사대부들의 권위가 무너지고, 백성들이 모두 글이라는 힘을 손에 쥐게 되는 셈이니 조선이 극심한 혼란에 빠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종의 한글 창제를 두고 ‘천년의 역사를 건 장난’이라는 표현을 하죠.

하지만 정도전도 머리로는 알고 있되 막지 못한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관료들의 권력 독점 입니다. 백성들의 소리를 임금에게 잘 전하라고 벼슬주고 녹봉주고 했더니 그 손에 든 붓을 권력으로 삼아 자기 맘대로 휘두르기 시작한 것. 실제로 정도전은 자신의 저서에 중국에서 한문을 쓰는 관료들이 생겨나게 되면서 백성들이 임금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방법이 점점 사라지게 되었다고 적었다해요.

이렇듯 사대부 양반들에게 글이 권력이었다면, 백성들에게 글은 생존의 문제였어요.

%eb%bf%8c%eb%a6%ac%ea%b9%8a%ec%9d%80-%eb%82%98%eb%ac%b4-e13-111116-hdtv-x264-720p-hanrel-avi_001349816%eb%bf%8c%eb%a6%ac%ea%b9%8a%ec%9d%80-%eb%82%98%eb%ac%b4-e13-111116-hdtv-x264-720p-hanrel-avi_001361828

역병이 돌기전에 이리이리해서 병을 예방하라고 글로 써서 벽보를 붙였지만 그걸 읽을 줄 알아야 예방을 하든말든 했것죠. 세종은 버럭 글 공부 좀 하라고 버럭 화를 내지만, 그의 백성은 먹고 살기위해 2시간 밖에 못자고 일을 하는데 글을 공부할 수가 없다 대답을 합니다. 극중에서 세종은 여기서 깊은 빡침에 이르러 한글을 만들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기껏 평생동안 농사 잘 지으라고 농사직설과 기타 등등 수많은 연구를 했더니 정작 백성들은 그것을 읽을 수가 없으니 얼마나 속이 터지셨겠어요.

 

자연의 이치를 그대로 담아 배우기 쉬운 글자, 한글

뿌나는 이런 한글을 둘러싼 갈등 뿐만아니라 한글이 만들어지는 과정,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한글이 왜 위대한지에 대해서도 친절히 설명해주고 있어요.

주인공 ‘담이’는 어렸을때 겪은 일의 충격으로 말을 못하게 됐는데, 세종은 이런 담이에게 소리가 내는 원리를 가르치면 다시 말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인체구조 해부까지 했을지도 모른다고 극 중에서는 그려지죠.

%eb%bf%8c%eb%a6%ac%ea%b9%8a%ec%9d%80-%eb%82%98%eb%ac%b4-e11-111109-hdtv-x264-720p-hanrel-avi_002273740%eb%bf%8c%eb%a6%ac%ea%b9%8a%ec%9d%80-%eb%82%98%eb%ac%b4-e11-111109-hdtv-x264-720p-hanrel-avi_002296029

이렇게 한글은 소리를 내는 원리는 그대로 담아 배우기 쉽도록 고안된 글자입니다. 주인공 똘복이도 한글을 익히는데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어요. 흔히 한글을 유일하게 만든 사람이 존재하는 글자라고들 하죠. 세종은 바로 이렇게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글자가 많은 사람들에게 쓰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는 ‘쉽게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배움’의 의미

‘뿌리깊은 나무’에서 그려내는 한글을 둘러싼 갈등은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의 진짜 의미를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이야 글 정도는 누구나가 읽을 수 있게 되었지만, 이제 우리에겐 글을 읽는 것이 아닌 다른 형태의 ‘배움’이 또다른 사회권력이 되어있는 것 아닌지. 이미 시험을 통해 그 관문을 통과한 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문을 좁히고 사다리를 걷어차고, 그렇게 얻은 권력을 칼처럼 휘두르고. 하지만 그 배움을 소수의 자들이 권력으로서 독점하는 사회가 더 살기 좋은 곳인지, 모든 이들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어떤 배움이든 익힐 수 있는 사회가 더 좋은 곳인지 이 포스팅을 보시면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셨길.

 

사족.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총 24편의 어마무시까지는 아니지만 꽤 길어요. 다 보기가 부담스러우시다면 스페셜인 헤례본 1,2편만 보셔도 됩니당. 요약이 잘 되어있어요. 뿌나의 경우 SBS에서 무료로 VOD 스트리밍을 제공하고 있으니. SBS로 고고!

뿌리깊은 나무 다시보기 http://allvod.sbs.co.kr/allvod/vodProgramDetail.do?pgmId=00000352936

 


about-cool-tail

ABOUT THE AUTHOR.

스토리가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아하는 전천후 덕후. 어린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보자면 태어나서 가장 많이 읽은 책은 “이야기 세계사”라는 15권짜리 책이었고 여고시절 다른애 책상에 현빈과 비, 기타 등등의 연예인 사진이 붙어 있을 때 그녀의 책상엔 “불멸의 이순신” 김명민 사진이 붙어있었다고.

Recommended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