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이나 경복궁보다는 아담하지만 그곳에 품고 있는 이야기는 무겁달까요. 아담하고 소박한 느낌이 드는 궁이지만 깊고 무거운 사연을 지닌 곳입니다. 지금은 우리가 아름답다고 하는 벚꽃이나 춘당지(*연못) 등 일본의 흔적이 아주 선명하게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죠. 하지만 무엇보다도 창경궁의 주인공은 영조와 사도세자일 것 같네요.

changkyung-cover02창경궁은 원래 세종이 왕위에서 물러난 태종을 모시기 위해 지은 곳입니다. 그래서 격식을 따지기 보단 머무는 사람이 보다 편안함을 느끼도록 나무와 바위 등을 자연 그대로 두고 어우러지게 하려고 애를 썼죠. 그래서 다른 궁들에 비해 아담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이 드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임진왜란 때에 불타서 광해군이 다시 지었는데, 궁의 입구인 홍화문과 정전인 문정전은 광해군이 지었던 모습 그대로 지금까지 내려오는 거라고 합니다.

 

장면 #1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는 영조

영화를 보고 나서 이 포스트를 쓰려고 여러 자료를 뒤져보는데 사도세자는 우리나라 역사에 있어서 어쩌면 가장 극적인 이미지로 남아있는 인물인 것 같아요. 정확히는 비극의 아이콘이라 해야하나. 창경궁의 문정전 앞은 바로 그 비극의 배경이 된 바로 곳입니다. 이 앞뜰에 있는 나무 또한 그 시절에도 존재했던 것들이라 하니 말그대로 그 순간을 간직하고 있는 장소라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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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세자를 놓고는 정신질환자, 사이코패스였다는 설부터 정쟁의 희생양이었다는 의견까지 극과 극을 달리는 평들이 아주 넘쳐나요(저도 전문가가 아니어서 사도세자는 이러했을 것이다… 라고 감히 의견조차도 제시하지 못하겠음).

하지만 꼭 비운의 세자, 정치가 갈라놓은 부자… 이런 게 아니라더라도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무척 익숙한 이야기 일지도. 우리 또한 누군가의 딸이고 아들이고 그렇잖아요? 세상의 모든 딸과 어머니에겐 그들 나름의 사정이 있듯, 아들과 아버지에게도 그 나름의 사정이 있다고들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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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와 사도세자도 우리처럼 자식이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을 가지고 있어 고쳤으면 하는 마음에 더 엄격해지는 아버지의 마음, 그리고 다 안다, 괜찮다 말 한마디면 다 되는데 늘 다그치는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원망스러운 마음이었을테죠. 그런 가족간의 이슈를 지위 얽매여 풀지 못하고 쌓아두기만 하다 결국 비극의 주인공들이 되어버린게 아닐까 상상만 해봅니다.

 

장면 #2 숙종과 만난 최무수리

창경궁은 숙종의 파란만장 러브스토리의 배경장소이기도 해요. 그리고 그 러브스토리는 영조와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는 아니죠. 장희빈과 인현왕후 외에도 숙종의 여자가 한 명 더 있는데, 바로 영조의 어머니 숙빈 최씨 입니다. 통명전 뒷편 열천이라는 곳에서 물을 받아놓고 인현왕후의 안녕을 빌다 숙종을 만났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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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최무수리’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는데 그녀가 물을 떠나르던 천한 신분의 궁녀였기 때문이죠.  어머니가 천하다는 손가락질에 영조는 더욱 완벽한 왕이되려 노력했지만, 그런 그의 노력의 잣대가 오히려 그의 아들인 사도세자에게는 굴레가 되었을지도. ‘나는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해냈는데 너는 이것도 못하니!’라는 이런 말 모두 한번쯤 들어봤잖아요.

이런 역사는 결국 과거의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시간만 다를 뿐 우리처럼 살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게 되요.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를 한번도 생각해보고, 내가 그 상황이었더라면 어땠을지도 한번 생각해보고. 그러면 더 이상 남얘기가 아니게 되는 거죠.

창경궁의 아름다운 경치에 숨어있는 조선시대 제일 비극적인 아버지와 아들을 생각하며, 우리 부모님들도 한번 떠올려 보시는건 어떨까요? 저는 간만에 집에 전화를 드려야겠어요. 역시 대화가 최고인듯.

 

참고: 심리로 풀어본 사도 – 왜 뒤주여야 했나 http://omn.kr/fd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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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스토리가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아하는 전천후 덕후. 어린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보자면 태어나서 가장 많이 읽은 책은 “이야기 세계사”라는 15권짜리 책이었고 여고시절 다른애 책상에 현빈과 비, 기타 등등의 연예인 사진이 붙어 있을 때 그녀의 책상엔 “불멸의 이순신” 김명민 사진이 붙어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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